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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모르는 사람들, 감정표현불능증 해부

by johnsday9 202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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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모르는 사람들, 감정표현불능증 해부

 

감정표현불능증

🧊 '로봇' 또는 '차가운 사람': 당신이 오해받는 이유

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는 감정 기복이 없다", "너무 이성적이라 차갑게 느껴진다", 심지어 "로봇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는 않으셨나요? 본인 스스로도 마음이 격렬하게 동요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규정하거나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끊임없이 파동이 일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파동을 감지하고 분류하는 **'감정 센서'**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을 겪는 경우입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A-(부족하다)" + "Lexis(말, 언어)" + "Thymos(감정, 정서)"**의 결합으로, 문자 그대로 **"감정을 나타낼 말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는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기보다는, 여러 심리적 문제의 '특성(Trait)' 또는 **'증상(Symptom)'**으로 흔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전체 인구의 약 10%가 이 특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결코 드문 현상이 아닙니다.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면, 타인과의 깊은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져 고독해지기 쉽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해소되지 못한 내면의 감정이 신체를 공격하여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질병으로 발현된다는 점입니다. 지금부터 감정표현불능증의 주요 특징과 발생 원인, 그리고 감정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내 마음의 지도: 감정표현불능증의 4가지 핵심 특성

정신 신체 장애를 연구하던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감정표현불능증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4가지 핵심적인 특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특징들은 감정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감정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데 어려움

가장 기본적이고 명확한 특성입니다. 기쁨, 슬픔, 분노, 불안 등 미묘하게 다층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매우 기쁜 상황에서도 "좋다"라고만 단조롭게 표현할 뿐, 그 안의 '벅차오름', '행복함', '즐거움', '신남' 등 구체적인 감정 상태를 세분화하여 언어로 묘사하지 못합니다.

이들에게 감정은 마치 '켜짐/꺼짐'처럼 이분법적으로만 존재하거나, '좋다/나쁘다'처럼 극단적인 구분으로만 나뉩니다. 그 결과, 타인에게는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하고 건조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기 쉽습니다.

💖 신체 감각과 정서적 느낌을 구분하지 못함

감정표현불능증을 가진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각성되는 상황, 즉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심장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신체 감각을 **감정(Emotion)**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대신, 이들은 신체 증상 자체에만 집중하여 "심장에 문제가 생겼나?", "소화가 안 된다", "머리가 아프다"와 같이 신체적인 질병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긴장했구나, 불안하구나'라고 감정을 명명하지만, 이들은 '심장이 왜 이렇게 뛰지? 혹시 심장병인가?'라고 신체 기관 자체의 이상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해소되지 못한 정서적 고통이 신체적 통증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이 현상을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이라고 하며, 이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 공상이 부족하고 상상력에 제약이 있음

감정은 내면의 세계, 즉 상상력과 공상(Fantasy)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감정표현불능증 환자들은 내적인 경험보다는 외부 사건이나 사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내적 세계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꿈을 꿀 때조차 감정적인 요소가 배제된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 꿈을 꾸었다", "길을 걷는 꿈을 꾸었다"처럼 묘사하며, 꿈 속에서 느낀 감정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연결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인 성찰이나 심층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내적인 경험보다 외부 사건에 집중

이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내면의 복잡한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외부적인 사건, 사실, 디테일, 또는 논리적인 인과관계에만 집중합니다. 타인과 대화할 때도 자신의 감정적인 경험을 제외한 채, 오로지 사실(Fact) 전달에만 치중합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이들은 사회생활에서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적응하며 심지어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교류가 필요한 가까운 관계에서는 공허함과 단절감을 유발하며, "마치 벽과 대화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 감정을 잃어버리는 이유: 학습, 문화, 그리고 뇌의 이상

감정표현불능증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으로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성장 과정의 경험, 사회 문화적인 배경, 그리고 심지어는 타고난 생물학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 결여된 학습 경험과 감정 억압

감정을 인식하고 명명하며 표현하는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학습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양육자가 "너 지금 동생 때문에 속상하구나",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서 서운했구나"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공감), 그 감정에 적절한 이름표(명명)를 붙여주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적 요구에 무관심하거나, "징징대지 마", "사내아이가 우는 게 아니야"처럼 감정 표현 자체를 억압했을 경우, 아이는 자신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파동이 **'잘못된 것'**이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학습합니다. 결국, 아이는 감정을 느끼는 즉시 무의식적으로 억압하게 되고, 감정을 언어로 연결하는 회로가 발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 압도적인 충격: 정신적 외상(Trauma)으로부터의 회피

너무나 큰 정신적 충격이나 외상을 경험했을 때, 그 순간의 감정(공포, 슬픔, 분노 등)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감당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 자기 보호 기제로서 감정 자체를 차단하고 억압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큰 사고를 당한 부모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부모는 마땅히 놀람, 공포, 걱정, 분노 등 복잡한 감정을 느껴야 하지만, 오히려 이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병원비는 얼마가 나왔고, 입원 기간은 며칠이었다"와 같은 사실적인 정보만을 건조하게 기억하고 진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괴로움의 재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의식이 감정 회로를 일시적으로 '셧다운'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 사회 문화적 배경과 한국의 '화병(Hwa-byung)'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동양 문화권에서는 **'감정은 드러내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규범이 강하게 작용해왔습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고 '개성적인 감정 표현'은 이기적으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개인이 감정을 억압하고 눌러 담는 것을 부추겼습니다.

이러한 감정 억압은 한국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가진 질병인 **화병(Hwa-byung)**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병은 분노를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내면에 억누르다가 신체적인 증상(가슴 답답함, 열감 등)과 우울 증상으로 폭발하는 것인데, 이는 감정표현불능증이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과 일정 부분 유사성을 가집니다.

🧠 감정을 언어로 연결하는 뇌의 이상

일부 연구에서는 감정표현불능증이 뇌의 기능적인 이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감정을 느끼는 뇌 영역(주로 우뇌와 변연계)과, 그 감정을 언어로 처리하고 표현하는 뇌 영역(주로 좌뇌) 사이의 연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정표현불능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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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감정 자체는 느끼지만 그 감정을 적절한 단어로 변환하여 외부로 표출하는 과정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 감정 회복을 위한 5단계 실천 가이드

감정표현불능증은 성격의 일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 충분히 개선하고 타인과의 관계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목표는 '완벽한 표현'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명명하는 것'입니다.

1️⃣ 표현은 잘못이 아니다: 허용하는 태도 갖기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슬플 때 울어도 되고, 화가 날 때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도 됩니다. 애꿎은 대상에게 폭력적으로 표현하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은 억압할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괜찮아, 지금 이 감정을 느껴도 돼"라고 허용하는 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

2️⃣ 감정의 이름 붙이기: 신체 감각을 언어로 전환

감정표현불능증 환자는 신체 증상과 감정을 혼동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체 감각이 올라올 때마다 그에 맞는 감정의 이름표를 붙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가슴이 두근거린다" → "지금 나는 불안하다"
  • "얼굴이 화끈거린다" → "지금 나는 창피하다" 또는 "분노하고 있다"
  • "배가 불편하다" → "지금 나는 걱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쁨, 슬픔, 분노 등 기본적인 감정으로 시작하고, 점차 '초조함', '경계심', '서운함' 등 더 구체적이고 미묘한 감정으로 확장하여 기록합니다.

3️⃣ 감정 일기 쓰기: 내면의 기록을 객관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Emotional Journaling)'**는 감정 인식 훈련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단순히 그날 있었던 **'사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과 사건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을 최소한 한 문장이라도 추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예시 (Fact): "오늘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 예시 (Emotion Added): "오늘 상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검토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함을 느꼈다. 칭찬을 받았을 때는 뿌듯함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객관화하고, 상황과 감정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됩니다.

4️⃣ 안전한 대상에게 표현 연습하기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대상에게 먼저 연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반려동물: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에게 오늘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하듯 말해봅니다.
  • 인형이나 가상의 인물: 인형이나 그림을 놓고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표현 자체가 익숙해지면, 가족이나 친한 친구처럼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 **'안전한 사람(Safe Person)'**에게 조금씩 표현의 양을 늘려가야 합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상담치료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5️⃣ 감정 스펙트럼 확장: 캐릭터 이름 활용

복잡한 감정에 이름 붙이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처럼 감정에 별명을 붙여보는 것도 초기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화 → '버럭이'
  • 슬픔 → '슬픔이'
  • 기쁨 → '기쁨이'

"오늘 내 안에 '버럭이'가 잠깐 나타났어"처럼, 감정을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감정과의 거리를 두고 객관화하는 데 도움을 주어, 점차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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