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용서하지 않아도 당신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따뜻하고 안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깊은 흉터를 남기는 존재 역시 부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박재연 작가는 어린 시절의 상처, 즉 발달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들이 어떻게 과거의 사슬을 끊고 현재의 삶을 주체적으로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오늘은 부모의 사과를 기다리다 지친 당신을 위해, 용서보다 앞서야 할 '진정한 회복'의 여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마주하는 '객관화'의 시간
상처 입은 성인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왜 나만 이렇게 예민할까?" 혹은 "왜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라는 자책입니다. 박재연 작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공부'라고 강조합니다.
발달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적인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정서 조절의 어려움입니다. 갑작스러운 공황이나 현기증, 통제할 수 없는 충동성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신경계가 과거의 위협에 여전히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는 왜곡된 자기 개념입니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결국 혼자 남겨질 거야"라는 믿음은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슬픈 방어기제입니다. 셋째는 반복되는 대인관계 패턴입니다.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이 새로운 관계에서도 투영되어, 상대가 부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비극적인 소통 방식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됩니다.
🌊 상실 뒤에 숨겨진 '비탄'의 감정을 충분히 껴안기
회복의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범하는 실수는 '부모가 얼마나 나빴는지'를 분석하는 데에만 머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재연 작가는 관점을 '나의 감정'으로 돌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부모를 원망하는 에너지는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은 내 안의 깊은 슬픔을 회피하려는 수단일 때가 많습니다.
진정한 치유는 원망을 넘어 '비탄(Grief)'의 단계로 나아갈 때 시작됩니다. "그때의 나는 얼마나 서러웠나", "내가 그토록 원했던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해 얼마나 아팠나"를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충분히 젖어 들었을 때, 비로소 내가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집니다. 아파본 사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알 듯, 방임된 아이는 보호와 수용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이 깨달음은 과거의 결핍을 현재의 내가 스스로 채워줄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 사과라는 열쇠를 상대에게 맡기지 않는 용기
많은 이들이 "부모가 진심으로 사과해야만 내 상처가 나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의 사과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부모들에게 사과는 '완벽한 부모'라는 자기 정체성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미안하다는 말 대신 변명과 합리화로 도망치기 일쑤입니다.
박재연 작가는 여기서 '삶의 주체성'을 강조합니다. 내 회복의 열쇠를 부모의 입술에 맡기지 마세요. 부모가 이사를 가버리거나, 사과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적반하장으로 나올 때에도 당신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사과를 기대하지 않는 태도는 포기가 아니라, 내 행복의 결정권을 타인에게서 빼앗아 오는 선언입니다. 부모의 인정이 없어도 당신의 아픔은 진실이며, 당신의 삶은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상처 준 사람이 변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돌보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복수이자 회복입니다.
🛠️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구원하는 '제학습'의 과정
회복은 단숨에 일어나는 기적이 아니라 끈기 있는 '재학습'의 여정입니다. 박재연 작가 역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폭력 대화와 상담을 통해 자신을 재구조화했습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애착 패턴을 점검하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요청하며, 때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소망하는지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필요했던 안전함을 지금의 내가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좋은 친구를 곁에 두고, 나를 지지해 주는 전문가를 찾고,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든 행위가 구원의 과정입니다. 부모는 당신에게 사랑을 주지 못했을지라도,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가장 최고의 부모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 용서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평화'입니다
결국 회복의 종착역은 부모를 억지로 용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결과물일 뿐,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박재연 작가는 부모를 한 명의 불안정한 인간으로 객관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도 그들만의 상처와 한계 속에 갇힌 불완전한 존재였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용서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전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집중해야 할 곳은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 당신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내어 울어주고, 사과받지 못한 억울함을 스스로 보듬어주며, 주체적으로 삶을 일으켜 세우는 당신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입니다. 이 책과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당신은 충분히 회복될 자격이 있으며 혼자가 아닙니다.